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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잡다가 김구묘소·이한열기념관 어디 있나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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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한국에 출시된 지 보름 만에 해외에서 나타났던 ‘포켓몬 좀비’ 현상과 유사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포켓몬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보면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나타나는 게임캐릭터(포켓몬)를 잡는 게임이다. ‘사냥감’인 포켓몬이 많이 나타나는 곳은 ‘포켓몬고 성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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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수십 명이 포켓몬고 게임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지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은 최근 게임을 하러 온 ‘사냥꾼’들이 몰리고 있다. 주말이면 음악 축제가 열리는 봄·가을처럼 붐빈다. 올림픽공원 남쪽의 소마미술관과 한성백제박물관 사이에 있는 조각마당은 주로 조형물에 설치되는 ‘포켓스톱’(아이템 공급소)이 밀집해 있어 특히 인파로 북적인다. 이렇게 몰려다니는 사람이 영화 속 좀비와 닮아 ‘포켓몬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공원 곳곳에서 게임 배경음악이 들릴 정도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였던 지난 주말 이곳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하얀 마스크를 한 채로 “A고등학교 앞에서 피카추가 나온다고 해 거기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처럼 행동한다. 다만 손에는 스마트폰과 보조 배터리가 들려 있다. 포켓몬 게임을 한 시간여 하다 보면 배터리가 바닥나기 때문이다. 효과음으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찬 이어폰, 스마트폰 터치가 가능한 장갑 등은 포켓몬고 패션이 됐다.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지와 기념관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백범 김구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지와 기념관이 있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은 희귀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소문에 방문객이 많아졌다. 경사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지만 산책 나온 아주머니나 아이 손을 잡고 나온 30대 남성 등이 게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의 이한열 기념관도 포켓스톱으로 지정돼 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관람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건물 앞에 서서 게임을 하는 분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관까지 올라오면 더 좋겠지만 이한열 열사 이름을 한 번 더 읽게 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복궁과 덕수궁도 문화재와 조형물이 많아 포켓스톱이 밀집돼 있다. 경복궁의 경우 포켓스톱 70여 개가 몰려 있다. 포켓몬고 출시 전인 지난달 1~23일과 이후인 24~31일 하루 평균 입장객을 비교해 보면 경복궁이 37%, 덕수궁은 23% 늘었다.

대만 교차로엔 하루 1000명 몰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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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만에서 포켓몬고 게임 때문에 수백 명이 몰려다녔을 때의 모습.

한국보다 먼저 포켓몬고 ‘광풍’이 불었던 대만에서는 명실상부한 ‘포켓몬 좀비’ 현상이 휩쓸었다. 지난해 8월 희귀 포켓몬 ‘잠만보’가 자주 출몰한다는 교차로에 매일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교통위반 범칙금 부과 사례가 급증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게임을 하던 남성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사고도 발생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레벨을 올리는 ‘부정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조작해 미국 뉴욕, 스위스 알프스 산 등 세계 각지에서 희귀 포켓몬을 잡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게임개발업체인 나이언틱랩스는 “빈번하게 GPS를 조작한 플레이어의 계정을 영구 차단하겠다”며 단속에 나섰다. 사이버범죄 피해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청은 7일 포켓몬을 자동으로 사냥해 주는 PC 프로그램에서 사용자의 구글 계정 암호를 수집하는 기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부 포켓몬고 관련 앱이 최대 26개의 정보 수집 동의를 요구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또 포켓몬 아이템과 계정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글이 늘고 있어 사기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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