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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2020년엔 208억개 연결… 700조원 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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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IoT?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 수집하고 공유·활용하는 것

- '비워달라' 신호 보내는 쓰레기통

농작물 자라는 최적의 환경 찾고 타이어 분석해 고객별 연료 절약

- 자동차 해킹해 목적지 바꿀 수도…

해킹이 현실 세계까지 영향 미쳐… 보안 문제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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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

올 7월 일본의 통신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한 반도체 회사를 무려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습니다. ARM이라는 회사인데 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일을 합니다. 직접 반도체를 제조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온갖 전자기기에 쓰이는 맞춤 두뇌의 설계도를 그려주고, 이걸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통신회사가 왜 이런 반도체 설계 회사를 샀을까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미래의 큰 시장으로 떠오르는 사물인터넷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손 회장은 "미래의 패러다임인 사물인터넷의 가치를 생각하면 35조원은 엄청나게 싼 금액이다. ARM은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만한 기업이다"고 했습니다. ARM이 사물인터넷에 쓰이는 온갖 기기의 반도체를 설계해주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다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대체 사물인터넷이 뭐길래'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사물인터넷으로 작물 재배·쓰레기 처리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모든 사물(事物)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사물뿐 아니라 사람·공간·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는 것이죠. 여기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활용하게 하는 기술과 서비스까지 모두 아울러 사물인터넷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오토아이디센터(Auto-IDCenter)의 케빈 애슈턴(Ashton) 소장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미래에는 전자태그(RFID)와 센서를 일상 생활의 물건에 탑재한 사물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게 사물인터넷 용어의 시초입니다.

 

사물인터넷의 예를 들어볼까요. 농장의 비닐하우스에 센서를 설치해 온도·습도·생육 상태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합니다.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작물이 잘 자라는 최적의 환경'을 찾은 뒤 모든 비닐하우스에 적용하고, 이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겁니다. 여기에 토질, 기후 변화, 세계 농작물 거래 현황까지 분석해 다음에는 어떤 농작물을 재배하면 좋을지 조언까지 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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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는 쓰레기 처리에 사물인터넷을 도입했습니다. 핀란드 기업 에네보(Enevo)가 개발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은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해 쓰레기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수거 차량이 들르지 않도록 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한 것이죠. 쓰레기가 차는 속도를 계산해 쓰레기통이 언제쯤 꽉 찰 것인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추정 시간을 통해 수거 차량의 이동 경로를 만드는 것입니다.

 

208억개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를 가든 인터넷에 연결된 '상시접속(Always-on)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착용 가능한) 기기까지 나오면서 이런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을 '커넥티드(Connected) 기기'라고 합니다. 미래에는 자동차·냉장고·TV 등은 물론이고 의류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2020년이 되면 1인당 최대 6.3개의 '커넥티드 기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개수는 2014년 38억개에서 2020년에는 208억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람과 사물,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구현된다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타이어 제조사미쉐린은 타이어와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센서를 통해 연료 소비량과 타이어의 공기압·기온·속도·위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중앙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이죠. 미쉐린의 전문가들이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 운송 회사가 적절한 타이어 공기압을 유지하도록 돕자, 주행거리 100㎞당 최대 2.5리터(L)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오파워(OPOWER)라는 에너지 컨설팅 기업은 전기 계량기에 통신 장비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얻는 에너지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런 계량기 정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전력 사업자에 판매해 연간 1억1000만달러(약 1230억원·2014년 기준)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력 사업자는 이 소프트웨어로 고객의 평소 전력 소비 습관을 파악해 효율적인 전기 이용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이고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도 방지하는 것이죠.

 

앞으로 이런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사업들이 무궁무진하게 더 나올 겁니다.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은 2020년까지 6238억달러(약 70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향후 잠재적인 미래 경제 가치는 자그마치 14조달러(약 1경5680조원)라는 추산도 나옵니다.

 

정보 유출·해킹 등 보안 우려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개인 정보 보호, 해킹과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죠. 지금은 PC와 스마트폰 해킹만 걱정하면 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TV·자동차·쓰레기통 등 모든 사물이 해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물과 직접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의 위험이 현실 세계로 확산될 위험이 더 큽니다. 예컨대 인터넷이 연결된 자동차를 누군가 해킹해 나를 이상한 목적지로 데려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해커가 인터넷이 연결된 냉장고를 해킹해 냉장고 문을 꽉 닫은 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고, 인터넷이 연결된 가정의 온도 조절기를 최대치로 높이고 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일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정부, 산업계 등 모든 분야에서의 정보 관리가 더 철저해져야 합니다.

 

사물인터넷은 지금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될 것이고, 인공지능·빅데이터와 결합해 상상을 초월한 가치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물인터넷 시대에도 제일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전제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아무리 화려한 기술로 포장해도 금방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때보다 더웠던 올여름, '사물인터넷이 우리 곁에 있었으면 조금 더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조선일보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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