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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짜리 현미경, 韓 '4세대 방사광가속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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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형 긴 건물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사진 上), 아래 둥근 원형의 건물은 3세대 가속기이다/사진=포스텍



‘웰컴 투 더 뉴 사이언스’(Welcome to The New Science)

22일 오후 2시 포항가속기연구소, 1.1km 길이의 긴 막대자석같은 3층 높이의 건물 벽면에는 이 같은 의미심장한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내달부터 12월까지 2차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연면적 3만6764㎡에 달하는 최첨단 거대 현미경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지난해말 세계 3번째로 지어졌다. 

전문가들은 가속기로 연구하는 것을 자물쇠 내부를 들여다보며 열쇠를 제작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신약·신물질·신소재 등 미개척 분야 R&D(연구·개발)에 없어선 안 될 장비다. 대한민국 과학의 심장으로 불리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운전 테스트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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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 귀하신 몸, '신주 단지 모시듯'=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총사업비 4298억원(국고 4038억원, 지자체 260억원, 2011~2015년)이 투입된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다. 워낙 고가의 장비라 망가질세라 신주 단지 모시듯 조심조심 다룬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하는 X-선 자유전자 레이저(빔에너지 10GeV)는 기존 3세대 가속기보다 1억배(햇빛의 100경 배)나 밝아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슬로우비디오를 보듯 실시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영국 최고급 자동차 메이커인 롤스로이스가 이 장비로 제트엔진 개발에 착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구실 내부 가속관(720m)은 워낙 길어 시설점검 및 보수를 해야 할 땐 연구진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 반드시 세 발 자전거만 사용해야 한다. 두 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칫 옆으로 넘어져 가속관을 건드리면 막대한 보수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가속기 장비들이 워낙 민감한 만큼 전력과 냉각장치 등의 보조설비는 가속기 건물과 10m 정도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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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방사광가속기 가속관/사진=포스텍


 

비싼 몸값 만큼 4세대 가속기는 외부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10km 떨어진 포항 영일만 수역의 높낮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만조(滿潮) 시 해수면이 1m 이상 상승할 경우 육지가 함께 떠오르게 되는데 이 때 1000분의 5mm의 변화까지 감지한다. 710m 가속장치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궤도 정밀도는 2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비행기가 서울서 부산으로 갈 때 비행궤도 오차를 5mm 이내로 운항하는 수준과 동등한 난이도다. 

특이하게도 소화기를 제외하곤 이 거대 장비를 화재로부터 보호할 스프링쿨러 등의 소방시설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인수 4세대 방사광가속기구축 추진단장은 "스프링쿨러 오작동으로 되레 장비가 큰 손상을 입을 것을 우려해 주운전실에서 24시간 내부시설을 감시카메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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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수 4세대 방사광가속기구축 추진단장/사진=포스텍



●70% 토종 장비, 국산화로 523억 예산절감=4세대 가속기는 부품 국산화 노력이 없었다면 4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을지 모른다. 단계별 투자계획에 따라 2013년 1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 3분의 1인 450억원으로 확 줄었다. 프로젝트 진행에 위기를 맞은 것.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선 해외에 의존하던 주요 장치(42종 3152건)의 국산화가 절실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포스코ICT, 다원시스, 비츠로테크 등의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독자 기술 개발에 착수, 자유전자레이저 발진을 위한 전자 생성기(광음극 전자총), 178기의 가속관 등을 국산화하는 쾌거를 이뤘다. 연구소 측은 기존 3세대 가속기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해 국비 607억원을 절감하고 주요장치 70%를 국산화해 523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고 단장은 "처음 40개의 가속관을 사올 땐 개당 2억 9000만원을 달라던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우리가 가속관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식에 1억 6000만원으로 가격을 낮춰 팔겠다고 할 정도로 국산 가속관의 기술력은 일본기술진들이 봐도 완벽한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이기봉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은 "3세대 가속기를 구축하고 20년 넘게 운영해본 기술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 최고 성능과 안정도를 지닌 4세대 가속기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4세대 가속기로 타미플루 등 신약개발, 고효율 태양전지 등 미래형 에너지, 차세대 자기메모리 기술을 비롯한 나노 산업 등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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