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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車 튀어나오자 감속… 후방 車 몰리자 차선 옮겨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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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평창 마스코트 ‘수호랑’과 함께 강릉서 ‘5G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어흥, 내 이름은 수호랑. 

공식적으론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지만 대회를 찾은 선수단, 관람객의 안전을 ‘수호(守護)’하는 비밀임무를 수행 중이지. 지난주부터 강원 강릉시 경기장 인근 도로에 운전 조작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버스가 출몰한다는 얘길 듣고 현장에 바로 출동했어. 

20일 귀여운 인형으로 변장해 버스 잠입에 성공한 난 곧장 운전석 안전 체크부터 시작했어. 운전자는 출발한 지 몇 초 만에 핸들에서 손을 놓더라. 45인승 대형버스는 조금만 삐끗해도 승객과 보행자, 주변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터. 그래서 두 눈 부릅뜨고…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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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인형)이 20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주변 도로를 운행 중인 KT 자율주행버스 운전석에 탑승해 주행 경로를 보고 있다(왼쪽 사진). KT는 45인승 버스 내부를 스크린과 반투명창 등으로 개조해 가상현실(VR), 고화질 다중영상 등 5G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꾸몄다. 강릉=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놈’의 정체는 5G 자율주행버스였어. KT가 올 1월 도심지역 일반도로 주행 허가를 받아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일반 승객을 태웠대. 빙상 경기가 열리는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승강장에서 출발해 경포호 동편을 끼고 도는 3.7km 구간을 매일 8시간씩 운행 중이지. 현재까지 계기판에 찍힌 주행거리는 6671km. 1월부터 시작한 연습 주행까지 합하면 두 달간 1800여 번을 왕복한 셈이야.

45인승짜리 대형버스가 시험도로가 아닌 일반차량이 통행하는 도심 도로를 자율주행하는 건 국내 처음이래. 올림픽이 시작되고 외부 손님이 늘면서 차량이 더 늘었는데 운전자 조작 없이 과연 안전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교차로 맞은편 차량이 비보호 좌회전을 하며 튀어나와 버스가 순식간에 속도를 줄였어. 드디어 운전자가 나섰나 싶었는데 “브레이크도 안 밟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웃더군. 지혜성 KT 융합기술원 연구원(25·운전자)은 “라이다(조도·거리 감지 시스템)와 수많은 센서들, 주변 차량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인프라 등을 통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만큼 안전하다”고 말했어.

둘이 잡담하는 사이에도 버스는 계속 앞으로 나갔지. 후방에 차가 몰린다 싶으니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옮겨 추월 차로를 양보하는 센스까지 보이더라고. 차선과 신호를 지키며 차량 간격까지 신경 쓰는 걸 보니 안심되더군. 

이제 버스 내부 탑승칸을 살펴볼 차례. 대낮인데도 껌껌해서 의아했어. 그런데 오른편 창 측에 몰린 의자에 앉으니 왜 암실처럼 꾸며놨는지 이해됐어. 좌우 창을 틈새 없이 메운 대형 스크린은 반투명으로 화면이 꺼질 땐 바깥 풍경이 보여. 스크린을 통해 KT 커넥티드카 기술에 대한 간단 설명이 나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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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2m, 너비 2.5m의 버스는 도로 폭(3m) 안에서만 운행하기 위해 좌우 한 뼘(약 25cm) 안에서 정교하게 제어가 돼야 해. KT는 승용차보다 몇 배나 더 큰 대형버스의 까다로운 조작을 위해 5G와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V2X 자율주행 방식을 도입했대. 지난해 9월 국내 첫 25인승 버스 일반도로 자율주행 허가를 받은 뒤 시속 70km의 고속주행뿐 아니라 곡선 및 좌·우회전 주행, 보행자 탐지, 신호등 연동까지 수행해 복잡한 도심 자율주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하네. 

화면에는 자율주행버스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와 카메라로 찍히는 화면, 5G 속도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전송됐어. 앞뒤로 나란히 운행되는 자율주행 승용차, 25인승 버스까지 총 3대의 차량의 움직임과 함께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현황도 확인할 수 있었고. LTE로는 안 보이거나 접속이 원활하지 않던 106개의 고화질 동영상 화면도 5G 스트리밍으로 전환하자 분할 화면에 한번에 끊김 없이 나오더라. LTE보다 20배나 빠른 속도가 실감되더라.

도로 옆 스치는 풍경을 비추던 화면은 푸른 초원과 바다, 하얀 건물로 둘러싸인 이국적인 풍경으로 바뀌며 마치 다른 공간을 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어. 5G 단말기에 쓴 단어를 창에 투사하거나 가상현실(VR)에서 드론과 자동차 등을 움직이며 점수를 따는 게임을 즐기다 보니 30분간의 운행이 금방 끝났어.

이동면 KT 융합기술원장은 5G 커넥티드카는 향후 도심 셔틀버스뿐 아니라 고속버스 등에도 적용될 수 있고 공장, 항만 등 특수 차량과 같은 상업용 운수 시장으로도 확대될 수 있대. 평창 올림픽에서 검증한 자율주행 경험을 토대로 안전도도 더 높이겠다고 해. 

7개의 눈(라이다 카메라 IoT 센서 포함)으로 완벽 운전하는 5G 자율주행버스, 널 올림픽 안전수호버스로 인정한다. 어흥.

 

 

<동아일보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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