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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간편 송금, 중독성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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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724379_001_20170609063419950.jpg?typ “벤모 해(Venmo me).”

미국에서 페이팔 자회사인 모바일 간편 송금 업체 벤모(Venmo)의 이름은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여럿이 식사한 뒤 밥값을 나눠 낼 때 현금을 꺼낼 필요 없이 벤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송금하면서 ‘즐거운 자리였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수수료 없는 쉽고 빠른 송금 서비스로 인기를 끌면서 올 1분기 벤모 거래액은 68억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114% 증가했다.

벤모 혁명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인 신성희(37)씨는 가족이나 친구한테 돈을 보낼 때 인터넷뱅킹이나 은행 앱 대신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앱을 이용한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 없이 상대방의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만 알면 누구에게나 송금할 수 있다. 신씨는 “한 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편리한 서비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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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송금 핀테크 업체 1호인 토스가 첫선을 보인 것이 2015년 2월. 이후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가 속속 간편 송금 경쟁에 가세했다. 간편 송금은 고객이 자신의 은행·증권사의 계좌를 처음 한 번 등록만 해두면 이후 비밀번호 입력 또는 지문 인증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루 50만원까지 보낼 수 있다. 페이코에 따르면 고객 1인당 월평균 송금 서비스 이용 횟수는 5.5회, 건당 송금 액수는 평균 4만원 수준이다.

간편 송금은 편리할 뿐 아니라 싸다. 토스는 월 5회까지, 페이코는 10회까지 무료(이후 건당 500원)이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무제한 무료다. 은행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할 때 수수료가 보통 500원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편리함과 저렴함을 무기로 간편 송금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간편 송금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지난해 1분기 6만2800건에서 4분기 24만2800건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송금액 역시 지난해 1분기 23억원에서 4분기 122억원으로 뛰었다.

서비스 방식은 대동소이하지만 업체별 차이도 있다. 토스와 페이코는 씨티은행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해 범용성 면에서 앞선다. 카카오페이는 별도 앱을 다운받을 필요 없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바로 송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서리안 카카오 매니저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다가 송금을 위해 은행 앱을 여는 불편을 덜어 준다”며 “송금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페이는 상대방 계좌로는 바로 송금이 안 되기 때문에 받는 사람이 네이버페이 약관에 동의한 뒤 계좌를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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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간편 송금이 미국의 벤모나 중국의 알리페이처럼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예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가 많다 보니 모바일 머니를 이용한 알리페이 간편 송금이 인기다. 미국은 송금 수수료가 비싼 데다(온라인 타행 이체 건당 17.5~25달러) 다른 은행으로 송금하려면 하루 이상 걸리기 때문에 벤모의 편의성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모든 은행이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실시간 송금이 24시간 가능한 데다 수수료도 다른 나라보다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간편 송금 서비스가 뜨자 시중은행이 이미 재빠르게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토스와 제휴를 해 스마트뱅킹 앱(올원뱅크·써니뱅크)에서 간편 송금을 서비스한다. 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간편 송금 서비스를 위비뱅크 앱에 탑재했다. 배태권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팀장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야 고객들이 그 은행 계좌를 만들고 거래를 늘리기 때문에 은행도 기꺼이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 송금 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들 업체는 출금·입금을 위해 펌뱅킹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보통 펌뱅킹 수수료는 400원 정도다. 간편 송금을 이용하는 고객이 수수료를 내지 않다 보니 송금 거래가 늘수록 업체 입장에선 비용만 불어난다. 이 때문에 토스는 지난해 6월부터 월 이용 횟수가 5회를 넘으면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토스는 최근 간편 대출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페이코도 지난 4월부터 기존에 전면 무료였던 수수료를 월 10회까지만 면제해 준다. 페이코 홍보를 담당하는 NHN엔터테인먼트 김청 과장은 “월 10회 이상 이용자는 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자인데 편의성 때문인지 예상과 달리 수수료 신설 이후 이탈자가 별로 없다”며 “일단 간편 송금을 쓰려고 들어온 고객이 간편 결제 등 다른 서비스도 이용하기 때문에 월 10회 무료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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